유네스코 세계유산, 800년 동안 완벽하게 보존된 목판 경전의 보고
해인사는 802년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사찰로, 양산 통도사(불보)·순천 송광사(승보)와 함께 한국 3대 사찰 중 '법보(法寶)' 사찰로 꼽힙니다. 고려시대 몽골 침입을 부처의 힘으로 물리치고자 16년에 걸쳐 새긴 8만여 장의 목판 '팔만대장경'과, 이를 500년 넘게 원형 그대로 보존해온 목조건물 '장경판전'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장경판전은 1995년,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각각 등재되어 하나의 절이 두 개의 유네스코 타이틀을 가진 특별한 사례입니다.
팔만대장경은 81,258장의 목판에 5,200만 자가 넘는 글자를 새겼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오탈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읽어도 약 30년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을, 당시 국난 속에서도 완벽하게 완성해낸 고려인들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장경판전은 창문의 위치와 크기를 위아래 벽마다 다르게 설계해 자연적으로 공기가 순환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별도의 장치 없이도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이 과학적 구조 덕분에, 목판이 800년 가까이 벌레도 없이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2026년 4월, 해인사는 국가의 번영을 기원했던 팔만대장경의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해 대장경판을 다시 새기는 재판각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800년 전 고려인들의 마음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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