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 마지막 도읍 사비의 흔적
부여는 백제가 멸망 직전까지 123년간 도읍으로 삼았던 사비의 옛터로, 부소산성·정림사지·부여왕릉원·나성 4곳이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백마강을 낀 부소산성 정상에는 백제 멸망 당시 궁녀들이 몸을 던졌다는 전설의 낙화암이 있고, 마을 한가운데 정림사지에는 백제 석탑 양식의 정수로 꼽히는 국보 오층석탑이 홀로 남아 옛 사찰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경주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큼 한적하게 백제의 마지막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함락되던 660년, 궁녀들이 적에게 잡히지 않으려 부소산성 절벽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고 전해집니다. 후대 사람들이 떨어지는 꽃잎에 빗대어 이 바위를 '낙화암(落花巖)'이라 불렀고, 조선의 학자 송시열이 새긴 글씨가 지금도 바위에 남아있습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몸돌에는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가 자신들의 승전을 기념해 새긴 한자가 남아있습니다. 백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탑이 정복자의 승전비로 쓰였다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 탑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구드래나루터에서 고란사, 낙화암, 부소산성까지는 전통 황포돛배를 타고 백마강을 따라 오갈 수 있습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낙화암 절벽은 도보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웅장함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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